Anergy

2011/12/04 17:46 / 분류없음
한없는 무기력함. 사회 관계나 여타 모임이 없으면 일이나 공부라도 열심히 하면 좋으련만 그렇지도 않고. 이것도 대충 저것도 대충. 하루하루를 넘기는 데 여념이 없는, 대충인 인생.

하염없이 노트에 이것저것 적어내려가다 보면 참 할일도 많고 결심한 것도 많은데. 왜 이렇게 머리에서 손발로 옮겨가는 건 적기만 한지. 수많은 결심과 아이디어들은 이제 머리 속에서 발효되고 부패되어 거대한 죽처럼 되어버렸다. 이제는 떠서 먹을래야 먹을 수도 없는 거대한 수프통. 내 머리속에 출렁대는 거대한 액체로 인해서 기우뚱 기우뚱. 아마 그 액체 안에는 30억년 전 지구에 출현했다던 고대의 원시 생명체 같은 게 자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먹을 건 참 많은데.

...생각해 보면 30대가 눈앞인 지금에야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도 참 웃긴다. 요즘 응급실에서 expire하는 환자들을 볼 때마다 생각하게 되는, 내 삶의 끝은 어디일까. 유한한 삶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지금 내가 이렇게 하루하루 보내고 있는 날들이 얼마나 아까운데, 나는 이렇게 허망하게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그리고 그러한 허망한 하루들이 모여서 벌써 이런 나이가 되었는데도 아직도 그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건 참으로 웃긴 일이다. 이렇게 허망한 하루를 지내다가 내가 죽는 날, 내가 잠이 들어 다음 날 일어나지 못하는 날, 그 날이 오면 수많은 오늘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다가오는 내일이 무서운 날이 있다. 최근 더 자주 그렇다는 것이 조금은 슬픈, 오늘.

 
2011/12/04 17:46 2011/12/0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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